Notice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IDEA

스틸 앨리스 본문

영화

스틸 앨리스

ideabooster 2023. 12. 26. 00:21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이 이렇게 썼죠. 
 
"상실의 기술은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의 의도가 상실에 있으니, 
그것들을 잃는대도 재앙은 아니다."
 
전 시인이 아니라 조발성 알츠하이머 환자이지만 
매일 상실의 기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내 태도를 상실하고 
목표를 상실하고 
잠을 상실하지만 
기억을 가장 많이 상실하죠 
 
전 평생 기억을 쌓아 왔습니다. 
그것들이 제게 가장 큰 재산이 되었죠. 
 
남편을 처음 만난 그날 밤 
저의 첫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아이를 가졌을 때 
친구를 사귀었을 때 
세계 여행을 했을 때 
제가 평생 쌓아 온 기억과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것들이 
이제 모두 사라져 갑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지옥 같은 고통입니다. 
점점 더 심해지죠. 
 
한때 우리의 모습에서 멀어진 우린 우스꽝스럽습니다. 
우리의 이상한 행동과 더듬거리는 말투는 
우리에 대한 타인의 인식을 바꾸고 
스스로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바꿉니다. 
 
우린 바보처럼 무능해지고 우스워집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의 병이죠.
여느 병과 마찬가지로 원인이 있고, 
진행되며, 치료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 가장 큰 소원은 제 아이들이... 
우리의 아이들이... 
다음 세대가... 
이런 일을 겪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전 살아있습니다. 
전 살아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기억을 못 하는 저 자신을 질책하곤 하지만 
행복과 기쁨이 충만한 순간도 있습니다. 
 
제가 고통받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이 세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 
예전의 나로 남아 있기 위해서죠. 
 
순간을 살라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순간을 사는 것과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않는 것 
상실의 기술을 배우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는 것 
그리고 끝까지 놓기 싫은 한 가지는
오늘 이곳에서의 기억이지만 결국 사라지겠죠. 
저도 압니다. 
내일 사라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오늘 이 자리는 제게 큰 의미입니다. 
의사소통에 푹 빠져있던 예전의 제겐 말이죠.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샌프란시스코 야간 비행 
미국을 건너 달을 쫓다 
몇 년 만에 비행기를 탔다. 
12km 상공의 권계면에 이르면 
고요한 공기로 된 거대한 띠가 나타난다. 
그리고 오존층에 가까워진다 
우리가 함께 하길 꿈꾸던 곳 
권계면을 뛰어넘자 
가장자리에 맑은 공기가 와닿았다. 
오존층은 해지고 찢겨 낡아버린 무명천 같았다. 
그 모습이... 무서웠다. 
하지만 난 볼 수 있었다. 
그걸 볼 수 있는 
내 놀라운 능력 덕에... 
영혼들이 솟아오르는 것을
저 아래 땅에서 배고픔과 전쟁 
전염병으로 죽은 망자들의 영혼이 
스카이다이버처럼 거꾸로 솟아오르더니 
팔다리를 활짝 펴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영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그물망을 만들었다 
산소 원자가 된 영혼들은 셋씩 모여 오존 분자가 되었고 
낡은 오존층을 다시 고쳤다 
영원한 상실은 없으니까.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고 
앞으로를 꿈꾸며 
고통스럽지만 나아가는 
여정만이 있을 뿐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
 
며칠 전부터 계속 생각났다. 
 
개봉했을 때 봤던 영화였는데... 
 
알츠하이머... 치매.... 
노트북에서 나왔던 것과 같은 노인들의 질병인 줄 알았는데, 
비교적 젊은 50살의 앨리스 그것도 교수였던 사람이 치매라니... 
그렇게 기억을 하나하나 잃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때는 딱 그 정도의 느낌만 있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가족이 아프고 나니, 영화에서 전달되는 이야기의 강도가 남다르다. 
 
스틸 앨리스... 
제목이 주는 느낌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그냥 그 존재일 뿐! 변한 건 없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나에게만 진짜 마음을 말했다. 
병원에서도 배고프다는 말도,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말도... 
나에게만 했다. 그 시술을 받기 싫다는 전화도.... 
 
엄마는 자신을 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것도 나한테만 이야기했다. 
첫째는 나를.... 
둘째와 넷째는 나를.... 
 
아프건 안 아프건 나에게는 그냥 나의 엄마일 뿐이다. 
그래서 저렇게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가 애처롭고,  
그래서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결국 스틸 앨리스에서도 엄마 곁을 지키는 것은 셋째 딸이다.
며칠 전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도 셋째였는데.... 
그분이 말했다. "같은 형제끼리도 생각이 다 달라요." 
 

이 영화에도 가족성 치매라서 자식들에게 유전이 되는 문제가 나온다.

첫째와 둘째는 검사를 했고, 셋째만 하지 않았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Joker  (0) 2024.01.03
<그린 북> 중에서  (1) 2023.12.23
Comments